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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겨땀에 대한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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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읽었던 재미난 진화심리학 연구 중 Scent of a woman: men's testosterone responses to olfactory ovulation cues(여인의 향기: 후각적 배란 힌트에 반응하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겨땀

가임기의 여성들이 입었던 티셔츠, 가임기가 아닌 여성들이 입었던 티셔츠, 아무도 안입은 티셔츠를 각각 수거하여 남성들에게 냄새를 맡게 하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했더니, 가임기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의 냄새를 맡았을 때 호르몬 레벨이 가장 높더라는 연구다.

In line with this framework, the current studies examined the extent to which olfactory cues to female ovulation--scents of women at the peak of their reproductive fertility--influence endocrinological responses in men. Men in the current studies smelled T-shirts worn by women near ovulation or far from ovulation (Studies 1 and 2) or control T-shirts not worn by anyone (Study 2). Men exposed to the scent of an ovulating woman subsequently displayed higher levels of testosterone than did men exposed to the scent of a nonovulating woman or a control scent.

남자들이 가임기 여성의 땀냄새에 성적으로 더 잘 반응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게 의식적인 수준에서 남성들이 "앗 이 냄새는 가임기 여성의 냄새잖아? 어서 유혹해서 하룻밤 같이 자고 내 아이를 임신하게 하여 나의 유전자 사본을 널리 퍼트려야지"라고 생각한다는 어이없는 주장은 아니다.

아무튼, 이런 연구가 있었는데 최근(2012) 위 논문의 결론과 약간 상충되는 것으로 보이는 재미난 논문을 하나 읽었다. Men Smelling Women: Null Effects of Exposure to Ovulatory Sweat on Men’s Testosterone(여성의 냄새를 맡는 남성: 가임기 여성의 땀 냄새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는 제목인데, 이 연구에서는 티셔츠 대신에

  • 가임기 여성의 겨땀
  • 비가임기 여성 겨땀
  • 그리고 맹물

을 직접 체취하여 사용했으며, 이게 여성의 겨땀이라는 사실을 피험자인 남성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그랬더니? 남성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별 영향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냥 이 연구만 놓고 보면 망할 뻔 했는데, 앞서 발표된 "여인의 향기" 논문의 결과와 합쳐보면 아래와 같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1. 남성들은 가임기 여성의 티셔츠 냄새를 맡았을 때 성적으로 더 잘 반응한다. ("여인의 향기" 논문의 결론)
  2. 그런데 겨땀 냄새만 따로 맡으면 반응이 없더라.
  3. 따라서 1의 결과가 맞으려면 다음 a)와 b)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이 참이어야 한다:
    • a) 1번이 참이라고 하더라고 적어도 겨땀 탓은 아니다. 목땀이던지 배땀이던지 등땀이던지.
    • b) 단순한 후각 자극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냄새가 여성의 체취라는 명시적 지식이 있어야만 가임기 판별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Our null findings suggest that the relevant chemical signal is not found in axillary sweat, and/or that knowledge of the stimulus source is necessary for hormone responses.

만약 나보고 a), b) 중 하나만 찍어 보라고 한다면 b)가 맞다에 100원을 걸겠다:

  • 개인적 경험: 어디선가 이상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서 "이게 무슨 냄새야?" 싶다가 냄새의 근원이 맛난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 이 냄새였구나, 냄새 좋네" 했던 경험이 종종 있다. 맛이나 식감도 마찬가지. 후각이나 미각의 작동에는 맥락에 대한 지식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 진화심리학의 모듈 가설에 의하면 영역특수모듈(domain specific module)은 매우 구체적인 특정 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한다. "후각에 의한 가임기 여성 탐지 메커니즘"이 정말 있다면 이 메커니즘은 아무 때나 작동한다기보다 주변에 여성이 있을 법한 상황에 더 민감하게 작동하지 않을까.

느낀점:

  • 겨땀 열심히 모아서 실험했는데 아무 관련이 없다고 나왔으니 어찌보면 망한 연구인데, 다른 관련 연구와 엮으면 논문이 되는구나. 사실 생각해보면 세상 일이 대체로 이런 것 같다.
  • 논문 말미에 이 연구를 위해 겨땀 수집을 해준 Kristina Durante에게 감사드린다는 언급이 있더라. 지나가던 여인들 붙잡고 "저기 죄송한데... 생리 주기가 어떻게 되세요? 아 그래요? 그럼 겨땀 한 방울만..." 뭐 이런건가? ㅜㅜ
  • 마지막 문장 또한 딱하기 그지 없다. "연구비가 부족해서 후속연구는 못하니까 누가 좀 해주세요." (An ideal future study could experimentally manipulate perceivers’ knowledge of the stimulus source in a design that employs the stimulus collection methods used in Miller and Maner (2010). Given financial constraints, we are unlikely to complete such a study in the near future, but we encourage others to do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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