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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디자이너(기획자)가 체화된 인지 관점에서 배울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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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뇌 과학의 함정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디자이너(넓은 의미의 디자이너, 즉 기획 포함) 입장에서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의식은 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

체화된 인지 관점에 의하면 의식은 우리 몸 안의 특정 기관(이를테면 )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소화가 장에서 일어나듯 의식이 뇌에서 일어나는 것(happen)도 아니다. 의식은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세상 안에서 세상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행하는 것(something that we do, actively)이다.

의식이 어디있건 나 일하는거랑 뭔 상관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상관이 많을 수 있다.

이를테면,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키고자 할 때 꼭 머리에 칩을 심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 된다. 빨리 이동하고 싶을 때 다리를 절단하고 로봇 다리를 붙이는게 아니라 말을 타거나 자동차를 타듯, 많은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싶을 때 뇌에다 기억칩을 심는게 아니라 종이나 컴퓨터에 기록하듯. 우리는 이미 (우발적으로) 사이보그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공각기동대에서 "인간은 기억을 외재화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함의에 대해 더 숙고했어야 했다"는 식의 대사가 나오는데, 기억과 경험은 "전뇌" 같은 것이 없더라도 애초부터 외재화되어 있었고 마인드 해킹은 마술사들, 무대 디자이너들에 의해 늘상 일어나고 있었다. Edward TufteVisual Explanations에서 마술사와 마술책을 분석하는 이유도 (일부는) 여기에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디자인하건 게임을 디자인하건 위키를 디자인하건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지적 사이보그("cognitive cyborg" coined by Colin Ware)이고, 기억은 태초부터 외재화(externalized)되어 있었다. 이 우발적 성취를 체계화하여 더욱 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역할인 것이다. 소위 인간 3.0 (coined by Mark Changizi).

기능(혹은 역할)의 분산 #

맹인이 지팡이를 통해 바닥의 지형과 질감을 "느낄" 때, 지팡이는 이미 맹인의 확장된 신체이다. 인간과 인공물이라는 잘못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획자의 업무 범위가 "웹 서비스를 기획한다"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웹 서비스"란 웹 사이트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웹 사이트 + 웹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 + 사람들 사이에서 (사이트를 통하건 통하지 않건) 일어나는 상호작용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는 용어도 이러한 맥락에서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떠한 기능(이를테면 SNS에서의 관계 관리)이 시스템의 특정 지점(이를테면 웹사이트의 특정 섹션)에만 담긴다고 볼 것이 아니라, 어떤 기능은 이용자의 머리 속에 구현되고, 어떤 기능은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에 녹아나며, 어떤 기능은 시스템과 이용자 사이에 분산되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실 이미 그런 식의 생각을 누구나 흐릿하게 가지고는 있겠지만 이를 더욱 명시적으로 끌어내야 할 것이다. Andy Clark은 이를 "Distributed functional decomposition"이라 부르고 있다. 관련한 몇 가지 예시는 기획이란 분산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을 참고하자.

모든 디자인은 인터랙션 디자인이다 #

지각의 능동성(예를 들면 Visual Thinking for Design의 주장들) 관점에서 볼 때 모든 디자인은 결국 인터랙션 디자인이다. 눈동자가 움직이고, 인간의 주의가 움직이니까. Designing for Interaction 1장에 디자이너 Marc Rettig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인터랙션이 없는 도구로부터 배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What can interaction designers learn from noninteractive tools?" 섹션의 내용이 읽어볼만 한다: "...From that point of view, the boundary between "interactive" and "noninteractive" tools starts to dissolve."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모든 디자인은 인터랙션 디자인이다를 참고.

UCD와 ACD #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맞춰야지, 사용자가 서비스에 맞추도록 하면 안된다"는 식의 전통적 User-centered design 주장은 크게 수정되어야 한다. 서비스가 사용자의 의식(경험)의 일부일 뿐 아니라, 인간(사용자)과 도구(서비스) 사이의 이분법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사실 Donald Norman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주장(User-centered design considered harmful + Clarification, Things that Make Us Smart 등)을 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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