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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디자인 사고에 대한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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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고라는 개념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pxd UX Lab에 올라온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스터디 가이드를 참고하면 좋겠다.

XX적 사고 #

내 생각에 디자인 사고가 대단히 유용하긴 하지만, 특별히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 대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 방식의 일종일 뿐이지 않나. 각 전문 분야마다 "XX적 사고"라는 말을 붙여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 카네기멜론대학에서는 디자인 사고와 유사한 개념을 전산이나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에 적용하여 계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 시스템 다이나믹스를 공부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 명시적으로 이런 명칭으로 불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통계적 사고(Statistical Thinking)라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아직 지식이 깊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공부를 할수록 세상 만사를 통계적 관점에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예를 들면 Edward Tufte데이터 시각화 분야에 통계적 사고를 대단히 잘 활용하고 있다. 굳이 원조를 따지자면 아예 대놓고 통계학자인 John Tukey도 그렇고.

몇 년 전에 101 Things I Learned in Architecture School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건축학에서 배우는 교훈들을 짧은 토막들로 정리한 얇은 책인데 분야를 막론하고 큰 통찰을 준다. 사실 이 책은 "...in XX School"이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별로 나오는 시리즈물인데, 이를테면 "101 Things I Learned in Film School" 같은 식이다.

이런 책들이 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느 분야건 깊게 공부하면 해당 분야의 지식을 경계를 넘나들며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혹은 관점들 #

좀 식상한 비유인데 나는 이러한 각각의 "XX적 사고"를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혹은 관점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 시스템 사고는 세상을 경계(boundary), 흐름(flow), 스톡(stock)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기계적인 일관성보다는 탄력성 혹은 회복성(resilience)이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다.
  • 네트워크 과학은 세상을 노드와 링크로 분해한다.
  • 체화된 인지는 뇌, 몸, 환경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분해하는 관점을 제공한다.
  • 진화론은 점진적 탐색을 통해 지역 최적점(local optimum)에 도달하는 효과적인 프로세스, 변화와 적응 등에 대해 깊은 통찰을 준다.
  • 게임 이론, 에이전트 기반 모델, 계산적 사고, 통계적 사고 등등 각 분야가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값진 통찰을 준다.

렌즈가 많을수록, 각 렌즈를 잘 갈고 닦을수록 좋다.

어설프게 교집합 건드리지 않기 #

뭐 이런걸 누구는 통섭이라고 부르고, 누구는 융합형 인재, 창조적 인재 식으로 부르는데 뭐라 부르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나는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과 여러 분야를 어설프게 건드리는 것을 구분했으면 좋겠다.

디자인에 무지한 경영자가 디자인 사고 워크샵을 몇 번 했다고 디자인 경영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전산이나 컴퓨터 구조, 소프트웨어 공학 등을 모르는 자가 계산적 사고 세미나 좀 들었다고 계산적 사고를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또한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데이터 과학자"도 마찬가지. 도메인 지식, 통계학, 해킹 기술 중 무엇 하나도 깊게 파지 않고, 그저 교집합을 다루는 가벼운 공부를 조금 했다고 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를 하려면 (서두에 인용한 pxd 마냥) 진중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 UX에 관심이 있으면 제목에 "UX"가 들어간 책 그만 보고, 심리학, HCI, 인간공학 같이 각 분야를 깊게 다루는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데이터 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데이터 과학"이 어쩌고 "빅 데이터"가 어쩌고 하는 책 그만 보고, 통계학이나 프로그래밍 등을 직접 공부하자.

지구는 둥글어서 한 우물을 깊게 파면 결국 같은 곳에 도달한다 #

한 분야만 파고들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여러 분야를 다 깊게 파야할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첫째,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한 우물을 충분히 깊게 파면 다른 분야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어 있다. 깊게 들어갈수록 공부들이 서로 만난다. 깊게 들어가다가 두 분야가 만나면 거기가 교집합이 되는 것이지, 표면에서 교집합을 건드린다고 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둘째, 나 포함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충분히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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