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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마음과 뇌의 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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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2013-06-17)에 뇌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칼럼이 뉴욕타임즈에 게재되었다(요약번역). 저널리스트인 David Brooks의 글이다. 신경과학 연구가 내놓는 결과들이 아직 무작정 신뢰할만한 수준은 아니니 누군가가 약을 팔려고 하거든 조금은 회의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결론만 보면 맞는 말이긴 한데 근거에 비해 주장이 과격하다.

뒤이어(2013-06-19) 신경과학에 대한 반발이 갖는 문제라는 칼럼이 뉴요커에 실렸다(요약번역). Gary Marcus의 글인데, 이 양반은 심리학자이자 인지신경학자이다(국내에도 그의 저서인 Kluge (Book)가 번역 출간되었다). 위 칼럼의 빈약한 근거들을 지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각 칼럼에서 마음과 뇌의 관계에 대한 일종의 "선언"들이 등장하는데 이게 흥미롭다.

뇌는 마음이 아니다? #

D. Brooks에 의하면 뇌는 마음이 아니다:

뇌는 마음이 아니다. 뇌활동 지도를 보고 정서, 반응, 희망, 욕구 등을 예측하는 일 어쩌면 그저 이해하는 일 조차도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The brain is not the mind. It is probably impossible to look at a map of brain activity and predict or even understand the emotions, reactions, hopes and desires of the mind.)

위 주장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 하나의 뇌영역이 대단히 다양한 과업에 관여한다는 점 (The first basic problem is that regions of the brain handle a wide variety of different tasks.)
  • 하나의 엑티비티가 여러 영역에 걸쳐 분산되어 있다는 점 (Then there is the problem that one activity is usually distributed over many different places in the brain.)
  • 하나의 액션이 서로 다른 뇌상태를 야기하거나 동일한 사건이 서로 다른 뇌반응을 일으킨다는 점 (Then there is the problem that one action can arise out of many different brain states and the same event can trigger many different brain reactions.)
  • 맥락에 따라 사건에 대해 개인이 해석하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Then, as Kagan also notes, there is the problem of meaning. A glass of water may be more meaningful to you when you are dying of thirst than when you are not.)
  • 개개인의 의지에 따라 뇌가 계속해서 바뀐다는 점 (Finally, there is the problem of agency, the problem that bedevils all methods that mimic physics to predict human behavior. People are smokers one day but quit the next. People can change their brains in unique and unpredictable ways by shifting the patterns of their attention.)

하지만 하나같이 빈약하다. 위 근거들은 더 나은 장비, 더 많은 연구, 더 많은 데이터, 더 나은/많은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일 수는 있으나 뇌연구를 통해 마음에 대해 이해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상세한 비판은 G. Marcus의 칼럼을 참고).

뇌는 마음이다? #

한편, G. Marcus에 의하면 뇌는 마음이다:

하지만 마음이 뇌와 별개라는 생각은 더이상 상식이 아니다. 뇌와 마음은 같은 것을 설명하는 다른 방법일 뿐이다. … "마음이란 뇌가 하는 일이다." (But the idea that the mind is separate from the brain no longer makes sense. They are simply different ways of describing the same thing. … "The mind is what the brain does.")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그동안 뇌과학이 이뤄낸 성과(예시1, 예시2)들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나는 D. Brooks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에 있어서는 G. Marcus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그가 말하는 "마음이란 뇌가 하는 일이다(The mind is what the brain does)"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문구는 사실 Marvin Minsky가 한 말을 인용한 것이고, 많은 신경과학자 및 인지과학자들이 기본적인 가정으로 수용하고 있는 견해이다(The Mind/Brain Identity Theory). 따라서 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보통 깡으로는 쉽지 않다. 난 그저 내가 공부하고 있는 체화된 인지 분야의 주장들을 옮겨 보겠다.

마음이 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뇌과학팔이 약장수들(이를테면 디자인 책들에서 인용되는 삼중뇌 이론)을 비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D. Brooks가 체화된 인지 분야의 연구들을 인용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Alva NoëOut of Our Heads (Book)라는 책에서 뇌와 마음의 관계를 악기와 음악의 관계와 같다고 말한다.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는지를 연구하려면 악기만 보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 그리고 협주인 경우 다른 연주자와 다른 악기, 지휘자 등을 모두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비유에서 뇌는 악기, 연주자 등 나머지는 의식이다. 의식이 뇌 안에 없다는 식의 주장을 오해하면 "빈서판" 주장과 유사하게 흐를 수 있는데, 악기 비유는 이런 오해를 막아준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기타가 기타의 고유한 소리를 내려면 기타의 고유한 구조가 존재해야 한다. 아무 악기나 기타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 기타만 있다고 곡이 흘러나오는 것도 아니다. 연주자가 악보에 맞춰 연주를 해야만 한다. 기타 및 기타의 고유한 구조는 뇌와 뇌의 특정한 기능들에 대응되고, 연주자는 몸과 환경에 비유될 수 있다.

이 비유에 의하면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뇌연구를 해야하지만, 한편 뇌연구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예로, Andy ClarkSupersizing the Mind에서 "동등성의 원칙(parity principle)"이라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일부가 마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어떤 기능을 수행 한다면 적어도 그 기능을 수행하는 동안에 있어서는 이를 인지적 과정의 일부로 수용해야 한다. (If … a part of the world functions as a process which, were it to go on in the head, we would have no hesitation in accepting as part of the cognitive process, then that part of the world is (for that time) part of the cognitive process)

여기에서 말하는 "세상"이란 두개골 바깥(즉, 신경계가 아닌 몸의 나머지 부분, 몸 밖의 도구나 환경, 혹은 다른 사람 등)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따라서, 체화된 인지 관점에 따르면, 뇌가 마음의 중요한 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뇌가 곧 마음이다라는 식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 나는 이러한 견해가 (지금은)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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