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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사용자 경험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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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라는 말이 대략 2000년대 이후부터 유행하고 있는데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쓰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Design)을 구분하기 #

우선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Design)을 나눌 필요가 있다.

  • 사용자 경험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하는 경험"이라는 뜻이고 철학적으로 깊게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대단히 이해하기 쉬운 말이다.
  •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의 경험을 잘 디자인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러한 고민을 잘 실행하여 실제로 사용자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을 뜻한다.

사실은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들도 UX와 UX Design을 대충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맥락에서는 대충 섞어서 써도 사용자 경험 그 자체를 의미하는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의미하는지 구분할 수 있으니 섞어 써도 크게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뜻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므로 엄밀하게 구분하려고 노력하겠다.

일단 쉬운 것(사용자 경험)부터 풀어보고, 그 다음에 어려운 얘기(사용자 경험 디자인)를 해보자.

사용자 경험 #

이런 저런 자료들을 검색해보면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UX란 무엇인지 정의하거나 거창하고 현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곤 하는데 되도록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되도록이면 그냥 잘 정의된 뜻을 그대로 따르자. UX가 중요한건 알겠는데, 그럴수록 명확하게 정의된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제각각 따로 정의를 하면 용어 자체가 죽어버린다.

가장 권위있는 정의는 닐슨-노먼 그룹의 정의이다:

"User experience" encompasses all aspects of the end-user's interaction with the company, its services, and its products.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사용자 경험"은 최종 사용자가 특정 회사 그리고 그 회사의 서비스 및 제품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측면을 포함한다.

ISO 9241-210의 정의도 비슷하다:

ISO 9241-210 defines user experience as "a person's perceptions and responses that result from the use or anticipated use of a product, system or service". According to the ISO definition, user experience includes all the users' emotions, beliefs, preferences, perceptions, physical and psychological responses, behaviors and accomplishments that occur before, during and after use.

거의 비슷한 말이므로 번역은 생략하겠다.

어떤 회사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판다고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은 상호작용들을 떠올릴 수 있다:

  • 해당 회사에서 나온 다른 제품을 사용했던 예전 경험들에서 비롯되거나, 회사 광고를 통해 생성되었거나, 지인들의 경험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게 된 회사에 대한 느낌이나 인식
  • 소프트웨어 구매 과정에서의 모든 경험. 광고를 통해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해 처음 알게 됐을 때의 느낌, 웹사이트 혹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여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경험, 소프트웨어의 포장(디지털 다운로드가 아니라면)에서 얻는 느낌들,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의 경험.
  •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의 경험. 얼마나 쉬운가, 얼마나 심미성이 있는가, 얼마나 즐거운가, 얼마나 안전한 느낌이 드는가 등.
  • 소프트웨어를 쓰고 나서 반성적(reflective) 사고를 통해 회상할 때의 느낌들.

우리가 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보통은 위 항목들 중 세번째, 특히 그 중에서도 "얼마나 쉬운가(좁은 의미의 사용성)"라는 측면의 경험만을 신경쓰는데, 사실은 우리가 디자이너로서 신경써야할 "경험들"이 대단히 다양하다는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말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Donald Norman의 설명을 들어보자:

I invented the term because I thought Human Interface and usability were too narrow; I wanted to cover all aspects of the person's experience with a system, including industrial design, graphics, the interface, the physical interaction, and the manual. Since then, the term has spread widely, so much so that it is starting to lose its meaning. --Don Norman to Peter Merholz, 1998 (in private email)

1998년에 Donald NormanPeter Merholz에게 보낸 이메일에 담긴 내용이다. 번역하면 이렇다:

제가 그 용어를 고안했는데, 왜냐하면 인간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나 사용성(usability)이라는 말은 너무 좁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용자가 시스템과 관련하여 겪는 경험의 모든 측면 - 산업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인터페이스, 물리적인 상호작용, 사용 설명서 등 - 을 다루고 싶었어요. 그 후로 이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 너무나 널리 쓰이는 바람에 그 본래의 뜻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어떤 취지에서 만들어진 용어인지 설명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사용자 경험 디자인 #

이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UI 디자인(User interface design)과 UX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이 어떻게 다른가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UX 디자인의 뜻을 설명하면 될 것 같다.

UI 디자인은 위에서 예로 들었던 전체 사용자 경험의 넓은 측면 중 특정 측면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UI 디자인은 UX 디자인의 일부이다. UI 디자인에서 다루는 사용자 경험의 특정 측면이란 다음과 같다:

  • 시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도중,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난 후에 하게 되는 경험 중 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도중에 하게 되는 경험들
  • 경험의 종류: 배우거나 사용하기 얼마나 쉬운가, 보기에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서적으로 얼마나 즐겁거나 재미있나 등 여러가지 경험의 종류 중 주로 배우거나 사용하기 얼마나 쉬운가, 즉 좁은 의미의 사용성(usability) 측면과 관련된 경험들

이러한 특정 경험들을 향상시키기 위해, UI 디자이너들은 아래와 같은 문제들을 고민한다:

  • 버튼을 어떻게 배치해야 조작이 가장 편리할 것인가
  • 매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이나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 어떻게 하면 올바른 습관 형성을 유도할 것인가
  • ...

UX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여기에 더하여 아래와 같은 사용자 경험에 대해서도 고민한다는 것을 뜻한다:

  • 시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전과 후.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에 대한 TV 광고를 처음 봤을 때의 경험이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경험. 소프트웨어 사용을 마치고 나서의 느낌
  • 경험의 종류: 보기에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서적으로 얼마나 즐겁거나 재미있나 등 사용성 이외의 다양한 경험들

이러한 경험들을 향상시키기 위해, UX 디자이너들은 아래와 같은 문제들을 고민한다:

  •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의 광고, 소프트웨어의 패키지 포장,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매장, 소프트웨어의 인터페이스(UI)가 사용자에게 일관된 느낌을 주도록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단순히 사용성만 높은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아름답고 쓰기 즐거우면서도 사용성이 높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을까
  • ...

(정서나 심미성과 관련하여 UX는 논리로 하는 것이 아니네 어쩌네 하는 얘기가 간혹 들리는데 별 영양가 없는 소리다. 정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라는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렇다보니 UX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분야(광고, 산업 디자인, 건축 디자인, HCI, 인지과학/심리학 등)를 두루 알아야하고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는데, 이걸 잘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UX 디자이너 개인 뿐 아니라 조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UX 디자인팀을 따로 두어야할지, 각 부서(광고부서, 제작부서, 판매부서 등)별로 UX 디자이너들이 소속되어 있어야 하는지, 두 가지가 혼합된 형태(중앙의 UX 디자인팀도 있고 각 부서별로 담당자도 있는 형태)이어야 하는지, 부서간 협력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정하고 실행하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도록 #

이렇게만 설명하고 끝나면 마치 UX 디자인이라는 것을 기존 업무들을 잘 조율하여 통일성을 갖추는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단견이다.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은 특정 분야에 갇힌 디자인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열어주는데, 이것이야 말로 UX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곧 출시될 애플의 신형 맥 프로를 살펴보자. 원통형 디자인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중앙의 냉각장치(unified thermal core)로 CPU와 그래픽카드 등에서 나오는 열을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적 설계(즉, 디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디자인은 엔지니어링팀과 디자인팀 간의 긴밀한 협업이 없이는 나올 수 없다. 직군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런 디자인을 이끌어내는 것이 UX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등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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