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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정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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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건 좋지 않다거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성적/정서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 감성 디자인(Emotional design) 같은 용어들을 남발하며, 마치 디자인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시도하거나 요구하는 사람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나 이모셔널 디자인을 아직 모르는 것이라는 듯 이야기를 한다.

요즘엔 구뇌, 중뇌, 신뇌 하며 Paul MacLeanTriune brain을 가져다 붙이기도 한다. 아마 디자인 분야에 삼중뇌 이론을 소개한 책들(Donald NormanEmotional Design, 그리고 최근에 번역된 S. Weinschenk의 Neuro Web Design 등)의 영향인 것 같다. (자세한 인용은 디자인 책들에서 인용되는 삼중뇌 이론 참고.)

가 어쩌고 UX가 어쩌고 하는 용어를 섞어가며 저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아, 정서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뇌과학적으로 증명되었고, 유명한 디자이너들도 그렇게 얘기했나보다.

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럴리가 있나.

이모셔널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Donald Norman이 강조하는 것은 정서도 중요하다는 것이지, 정서만 중요하다거나 정서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불가능하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정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모셔널 디자인이다.

인간의 행동을 이성(reason)과 정서(emotion)의 대립으로 보고 이 중 정서가 더 중요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도 대단히 잘못되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흔히 Antonio Damasio를 인용하는데(이를테면 Descartes' Error), 이 또한 Damasio의 주장과 거의 반대되는 내용이며 과연 Damasio를 읽어나 보고 하는 이야기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Damasio의 주장은 의사 결정 등 전통적으로 정서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지던 고등 인지 기능들에 정서가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즉, 이성보다 정서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성에는 정서가 영향을 미친다 혹은 이성과 정서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게다가 이성이건 정서건, 이 둘을 구분할 수 있건 없건, 중요한 것은 이성이나 정서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대체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니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이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합리성이 아무렇게나 예측불가능하게 제약된다는 것도 아니고, 인지적 편향도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제한과 편향에도 일관성이 있고, 일관성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논리적 설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은 사용자가 자신의 행동을 모두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써야지, 디자이너가 자신이 왜 이렇게 디자인을 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로 써서는 안된다. 물론 모든 의사결정 하나하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더라도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지, 설명할 수 없는게 당연하고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듯이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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