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Posts 직관적 인터페이스에 대한 부연 #
Find similar titles

몇 해 전에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오직 젖꼭지 뿐인가라는 글을 썼었다. 이에 대해 아이추판다님이 반대 의견을 상세히 적어주셨기에 나도 아래에 의견을 밝힌다. 덕분에 내 생각을 더 자세히 부연할 수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 인터페이스를 두고 직관적이다 아니다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직관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인터페이스가 자체의 특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이해하자면 직관적 인터페이스란 1)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2) 사용자의 자동적 반응이 의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야 한다.

동의한다. SF에나 나올 법한 고도의 지능형 에이전트 같은 것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직관적 인터페이스란 당연히 언제나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의미하지 인터페이스(UI)가 무언가를 직관한다는 의미일 수는 없다. 원글에서도 당연히 그러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아이추판다님이 언급한 두 가지 항 중에서 1)항을 약간 확장한다면 내가 원글에 담고자 했던 생각과 같아진다. 2)항은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연히 추구해야할 방향이기 때문에 굳이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여담으로, "매우 특별한 경우"가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은 Donald Norman의 고전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마지막 장의 "Deliberately Making Things Difficult" 부분을 참고하길 바란다)

여기에서 1)항을 확장한다는 것은, 보는 즉시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처음엔 직관적이지 않다가도 최대한 빠르게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인터페이스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의 확장을 뜻한다. 원글의 결론부에서 "얼마나 쉽게 친숙함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가"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터페이스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할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언급한 바 있다:

  1. 인간 보편적 본성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2. 기존에 사용자가 이미 학습한 지식/습관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3. 얼마나 빠르게 습관형성을 유도하는지

이 중 첫 두 항은 초기 학습을 얼마나 줄여주는가 그리고 습관적 수행(아이추판다님이 자동적 처리라고 표현한 것과 동일하다)이 얼마나 용이한가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 항은 앞에서 논의한 "확장"에 대한 것이다.

사실은 위 인용문 이후로 아이추판다님도 이러한 확장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그런데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이렇게 정의해 놓으면, 초보자에게는 대부분의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지 않게 되어 버린다. ... 앞에서 1)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 직관성을 학습용이성으로 재정의한 것은 적절해보인다.

결국 내가 이해한 바가 맞다면 직관적 인터페이스가 어떤 뜻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의 주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아이추판다님은 글의 후반부에서 이러한 확장을 "학습"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적절치 않다고도 밝히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도 부연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원글에서 여러차례 명시한 바와 같이 나는 학습이라는 말을 환경적 요인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의미(Nature vs. Nurture 논쟁에서의 nurture)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아이추판다님은 아주 구체적인 용어로 제한하여 이해하시는 바람에 혼란이 커진 면이 있다고 본다.

(한편, "직관"을 자동적 처리(automatic processing)와 유사한 의미로 정의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후반부에서 언급하시는 학습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은 굳이 원글에 대한 반론이라고 여기지 않으며,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인정할 좋은 이야기들라고 본다.

한편 조금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언급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같은 글의 전반부("이런 점에서 ... 직관성을 학습용이성으로 재정의한 것은 적절해보인다.")와 상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덧붙여 직관적 인터페이스라고 하면 사용자가 어떤 추가적 학습이나 추론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아래 언급에 대해서는...

... "인간 보편적 본성을 얼마나 잘 활용한다. 기존에 사용자가 이미 학습한 지식/습관을 잘 활용한다. 빠르게 습관형성을 유도한다" 등은 '좋은 인터페이스'가 갖춰야할 여러 가지 조건에 넣을 수는 있겠지만 이것을 '직관적'이라거나 '학습용이성'으로 말하기는 좀 어색하다는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앞의 확장된 정의에 따르면 직관적 인터페이스란 보는 즉시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처음엔 직관적이지 않다가도 최대한 빠르게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인터페이스까지를 포함한다. 그리고 아이추판다님의 표현에 의하면 직관이라는 것은 자동적 처리(automatic processing)와 유사한 뜻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을 갖는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우선, 보는 순간 자동적 처리가 가능하려면 1) 이미 (넓은 의미의 학습에 의한) 습관형성이 되어서 자동적 처리가 되고 있던 인터페이스이거나, 2) 인간 보편적 본성에 잘 부합하기 때문에 별다른 학습 없이도 자동적 처리가 가능한 인터페이스여야 한다. 이 두가지 조건을 명시한 것이 다음 두 항이다:

  • 인간 보편적 본성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 기존에 사용자가 이미 학습한 지식/습관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가" 부분을 명시한 것이 마지막 항이다:

  • 얼마나 빠르게 습관형성을 유도하는지

(어떻게 하면 빠르게 습관형성을 유도할 수 있는지, 또는 어떻게 하면 습관형성을 방지할 수 있는지(습관형성의 방지를 통해 특정 인터랙션이 자동적/습관적으로 처리되지 않게 만드는 것도 때로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같은 대화상자에서 우리는 자동적으로 "예"를 누르고선 아차! 하는데, 이런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거나)에 대한 구체적이고 유용한 논의는 (약간은 역설적이게도) 앞에서 비판한 바 있는 Jef RaskinThe Humane Interface 중 모드(mode)에 대한 논의를 참고하기 바란다. 한글 번역서가 있지만 번역이 특히나 조악하기에 링크를 걸지 않는다. 혹은 Modeless interfaces를 참고해도 무방하다)

나는 위 조건들이 좋은 인터페이스가 갖춰야할 여러 가지 항목을 임의로 나열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아이추판다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본문의 습관화라는 용어는 일상용법와 심리학용어 사이의 차이로 인한 혼란이 있는 것 같아서 습관형성으로 모두 수정하였다)

Suggested Pages #

Other Posts #

0.0.1_20140628_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