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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체화된 인지와 마음의 자전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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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kie님의 트윗을 보고, 요즘 공부하는 체화된 인지(embodied/embedded cognition)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내 생각을 간단히 적는다.

한 인터뷰에서 Steve Jobs는 자신이 어릴 적에 Scientific American에서 읽었던 글을 소개하고 있다. 이동거리 당 에너지 소모량(kcal/km)을 기준으로 인간, 곰, 침팬지, 너구리, 다양한 새와 물고기 등 여러 종들의 이동 효율성을 측정했더니, 콘도르가 가장 효율적이었고 인간은 의외로 그다지 효율성이 높지 않더란다.

잡스를 감탄케 했던 것은 같은 연구에서 자전거를 탄 인간의 이동 효율성을 측정했더니 콘도르를 크게 제치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는 점이다:

...humans are tool builders, and we build tools that can dramatically amplify our innate human abilities. (인간은 도구를 만듭니다. 우리는 내제된 인간의 능력을 극적으로 증폭시키는 도구들을 만듭니다.)

잡스는 여기에서 깊은 통찰을 얻었고, 애플이 만드는 컴퓨터가 "마음의 자전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지금 그가 만든 인공물은 어떻게 되었나? 앤디 클락의 체화된 인지 개론서인 Supersizing the Mind의 서문에서 잡스의 아이폰이 어떻게 인용되는지 읽어보자:

Friends joke that I should get the iPhone implanted into my brain. But if Andy Clark is right, all this would do is speed up the processing and free up my hands. The iPhone is part of my mind already. (친구들은 아이폰을 아예 머리에 심으라고 농담을 한다. 하지만 앤디 클락이 옳다면, 아이폰을 머리에 심어봤자 얻는 것이라고는 수행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과 손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점 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폰은 이미 내 마음의 일부다.)

물론 딱 아이폰만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잡스가 이 인용을 읽었더라면 "내가 바라던 바가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흐뭇해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자전거가 인간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켜준 정도와 아이폰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켜준 정도를 비교해본다면, (정량화하긴 힘들겠지만) 아직까진 아이폰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극도로" 향상시켜준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마침 위에서 언급했던 책(Supersizing the Mind)의 1장에서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내용이 소개하고 있어서 별도의 글로 정리를 했다:

엄청난 기술을 집약하여 만든 아시모와 대단히 간단하고 어떻게 보면 조악하기까지 한 수동적 보행 기계의 에너지 효율을 비교해보니 후자가 전자에 비해 수십배나 뛰어나더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맥랏에서, 인지 능력을 대단히 향상시킬 마음의 자전거를 만들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아시모와 수동적 보행자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 중 하나는 그저 많은 기술력을 집약한다고 더 효율적인 결과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시모에 투입된 기술에 비하면 수동적 보행자에 투입된 기술은 장난감 수준이다.

몇 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이렇다.

첫째, 우리가 디자인하는 인공물(서비스, 게임, 가전 등)를 통해 증강하고자 하는 인간의 인지 기능이 무엇이며, 이 인지 기능은 현재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확산(혹은 외재화)되어 있는지, 몸과 환경과 다른 인공물들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UI 사용성 테스트를 할 때 사용자를 실험실에 데려오는 것 보다는 실험자가 사용자의 실제 환경으로 방문하는 것(Contextual inquiry)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확장된 인지 요소 중 어떤 것을 어떤 식으로 변형(즉 디자인)할 것인지, 무엇을 추가(단순히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에 특정 기능을 추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할 것인지, 무엇을 제거할 것인지 등을 살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둘째, 수동적 보행자의 사례에서 나타난 인과적 확산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스템의 각 요소가 수행하는 역할이 전통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던 것과 사뭇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산은 제어 시스템에서 하고, 골격은 몸을 지탱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위 사례에서는 골격이 운동에 필요한 계산을 수행하고 있다(Morphological computation). 이를 일반화해서 실행가능한 통찰로 바꿔보면, 우리가 무엇을 분석할 때 그 대상의 역할이 우리가 생각하던 역할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행동은 행동이 아니라 인식이고(초보자들이 테트리스를 하면서 블록을 회전시키는 "행동" 중 상당수는 실제로 블럭을 돌려서 끼우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블럭이 바닥에 맞는지 "보려고" 하는 행동으로, 사실은 행동이라기보다 인식에 가깝다. 이를 인식적 행동이라고 부른다), 어떤 안구 이동은 메모리 접근이다(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일종의 외부 메모리 역할을 하는데, 이 때 안구의 이동은 메모리 포인터를 옮기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분석하는 것을 분산된 기능적 분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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